2008년 07월 25일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에 대한 간단한 정리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에 대한 간단한 정리.
예전에 대추리 사태 때 행정대집행 관련 썼다가 '그들'이 몰려온 이후로, 웬만해서는 제 전공분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이 곳의 방침이었습니다만.... 아는 분 이글루에 명예훼손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댓글로 보론하다 문득 이에 관하여는 포스팅 하나로 정리해 두는 게 두고두고 쓰일 것 같더군요.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적어보겠습니다.
한 가지 일러두기. 이 포스팅은 주마간산으로 대충 읽는 것은 정보를 오독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 혹시 형법총론 보신 전공자분들은 '교과서 요약이냐... 학부 애들 기말고사 배점 20점짜리 문항도 안되겠네' 싶겠지만.... 모쪼록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초장부터 '사실의 적시' 어쩌고 써놓으면 대부분은 '적시는 접시의 오타냐?' 등등의 반응을 보일 게 뻔합(....) 과학동아에 연재된 '해랑 선생의 일기'는 해부학 배운 의대생 아닌 놈이 보면 지독하게 재미없고, 프로그래머가 소스가 어쩌고 알고리즘이 어쩌고 하면 문과생들 대부분은 눈만 끔뻑끔뻑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겠죠. 그러니 예컨대 법률용어로 '효력'이나 '효과'라고 해야 할 것을 '결과'라고 써놓는 등 몇 가지 사소한 방편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생각의 실마리 : 명예훼손은 범죄다.]
1. 우선 범죄라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이 되는가를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1-1. 죄라는 것은 형법전에 써 있는 것이 죄이다.
대한민국에서 범죄라고 정의되는 것은 "형법이나 기타 법령에서 이건 죄가 되오" 라고 정해놓은 게 범죄입니다. 죄형법정주의라고 하죠. 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 대충 축구 잘 차는 나라들(...)이거나 UN에 가입해있는 등, '현대적인 법체계를 가진' 나라에는 전부 다 이 원칙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형법전은 있습니다. 단지 북한은 형법을 규율하는 헌법보다도, 노동당규약이 앞서는 골때리는 국가라 국제사회가 왕따시키고 있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 노동당 총서기인 김정일이 너 나쁜놈이야 하면 바로 죄인이 되어 작살난다는 얘기. 물론 애초에 북한 헌법 자체가 초 코미디입니다만.
어쨌든 형법 혹은 다른 법에서 '이건 하지 마' 라고 정해놓지 않은 이상은 원칙적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그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일단 논외).... 마는, 법조계에서 사안 판단을 할 때는 '사회 통념'이라는 것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죠. 문자 그대로 상식적 가치기준입니다. 사안에 대한 판단 근거가 법률에 없거나 애매한 경우엔 이런 사회통념이나 조리, 관습 등을 참고합니다. 관습 중에는 '관습법'으로 굳어진 것도 있습니다. (얘가 저번에 행정수도 위헌 건 당시에 블로그스피어에서 무슨 궤변인 양 엄청 씹히던데 그 자체는 궤변이 아님.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겠죠.) 이렇게 관습을 최대한 존중하는 이유는, 법률의 목적에 있어 정의의 실현 외에도 사회의 안정 또한 같이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불안정하면 밥벌이가 안 되고, 나쁜 놈들이 '더' 날뛰죠.
이러한 이유에 의해서, 죄를 다스리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근대, 현대의 법체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숨쉬는 인간은 죄다 인권이 있다고 보지요. 그 '자연인(自然人)'은 인권에 의해 자유롭습니다. 자연인의 자유로운 행위는 어떤 특정한 경우에만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일 뿐입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자를 재판을 거쳐 형벌에 처하는 것은 그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그 제한의 근거는 바로 정의에 입각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인 '법령'이며, 이 법령의 적용에 관한 것을 세세하게 따지고 판별하는 것이 재판입니다. 그래서 외국 영화에 보면 "복수하지 마!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 라는 표현을 많이 봅니다.
1-2. 범죄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어떤 범죄가 성립하고 그에 따라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어떤 범죄행위가 과연 그 당사자의 책임에 의한 것인가를 따져봐야겠죠. 남이 한 일로 엉뚱한 놈이 벌을 받는 걸 우리는 흔히 '누명을 뒤집어썼다' 라고 얘기하죠? 그러니 얘는 그 범죄사실 '행위'에 대해서 '책임'이 있냐 없냐, 있다면 얼마 정도나 있냐, 몇 퍼센트냐. 이런 걸 지리멸렬하게 따지는 게 법정에서 하는 일이죠. 책임 정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데... (예컨대 사형과 무기징역은 한 끗 차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죠?)
그렇다면 일단 그 저지른 짓이 그 사람의 책임이라고 치고, 그 행위는 범죄인가? 를 논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죄형법정주의가 중요해집니다. 형법전이나 기타 법령에는 뭐 어떤 것이 죄가 되는지 세세하게 다 써놓았습니다. 거기에 써 놓은 조건(이것을 '구성요건'이라고 합니다)에 다 들어맞는지 따져보는 거죠. 그리고 그 행위가 과연 '위법'한 것인지를 따져봅니다. 즉 어떠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1.구성요건 해당성
2.위법성
3.책임
이 세 가지가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무죄라는 거죠.
그러면 간단하게 사례를 들어 범죄가 어떻게 인정되고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법적으로 그 과정이 어떻게 동작하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한 번 살펴봅시다.
사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총으로 조준해서 쏴 죽였다.
관련 법조문)
형법 제250조 이하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존속살해, 영아살해, 촉탁살인 등 세세한 경우의 차이는 여기서는 생략.)
1)구성요건 해당성: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고, 확실히 쏴 죽였습니다. 이 경우 '살해'가 확실히 맞군요.
2)위법성 :
살해한 경우 형벌에 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위법성 인정. 단, 전쟁터의 군인이 교전상대인 적(민간인 말고)을 쏴 죽였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겠죠? 위법성이 100%가 아니라 합당한 사유에 의해 덜어지는 걸 '조각'이라고 합니다. 형량의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주겠네요.
3)책임 :
법정에서 벌어지는 가장 많은 공방이 바로 책임소재입니다. 예컨대 강간사건 같은 경우에는 먼저 꼬셨네, 원래 꽃뱀이네, 가만 있는데 덮쳤네, 피고의 정신이 이상하네 등등 참 골때리죠(....) - 이 사례의 경우에는 뭐 확실히 쏴 죽였으니 책임이 인정되겠네요.
4)판결 :
일단 사형 판결이 났다고 칩시다. 요즘은 단순살인의 경우 대부분 징역이고 사형판결을 받는 경우는 2인 이상을 살해했을 때라든가 반사회적 인륜범죄, 파렴치범(사체유기 증거인멸 등), 묻지마 살인 등 좀 하드코어한 경우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죽이면 얼른 자수해서 광명까지는 못 찾아도 목숨만은 건집시다.(.....)
5)집행 :
관련 법령에 따르면 최종 선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명령 후 5일 이내에 교도소 내에서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형법 제66조 등). 이 법률에 따라 교도소 아닌 곳에서의 공개처형은 할 수 없겠지요. 교도소 내라고는 해도 수감자들 앞에서 처형하는 짓거리는 좀 힘든 게, 헌법의 기본권은 박탈당한 게 아니니 존엄하게 죽을 권리 정도는 사형수에게도 있겠지요(천부 인권 개념이 중요한 이유).
*지난 10년간 사형이 중지된 이유는,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없어서입니다. 원칙적으로는 6개월 이내에 명령을 하게 되어 있지만 이 명령을 내리기 위하여는 해당 처형 안건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올라가야 합니다. 즉 국무회의에 안건상정이 안 되면 집행이 사실상 안 되는 거죠.
또한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건이라도 법무부장관이 명령하지 않고 미룬 사례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박정희, 그것도 제4공화국 시절에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 당시 어떤 법무부장관은 사형 반대론자였기 때문에 고 육영수 여사의 저격범인 문세광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형집행 명령도 내리지 않았죠. 물론 장관이 나중에 바뀐 뒤에는 적체된 사형수가 서대문에서만 하루에 대여섯명씩 한꺼번에 처형당했다지만요. (교수형은 집행하는 데 모든 절차가 한 사람당 거의 2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7월 복중이라 시체 썩는 냄새에 교도관들이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하더군요.)
_____________________
잡설이 좀 길어졌는데, 여튼 범죄라는 건 저런 식으로 인정되고 처벌받습니다.
여기까지 요약 :
범죄는 법령에 딱 정해져 있으며,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을 셋 다 충족해야 합니다.
2. 그렇다면 명예훼손은 죄인가?
2-1. 형법에 규정해놓고 있으니까 죄는 죄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명예훼손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 위의 사례에서처럼, 일단 법조문에 뭐라고 써놨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_ 제307조 (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08조 (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_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개정 1995.12.29>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개정 1995.12.29>
어때요, 참 쉽죠? (.........)
요즘은 옛날처럼 사법시험 답안지에 한자 떡칠 안 해도 됨 ㄳ
2-2. 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명예다.
각설하고, 사람의 명예를 왜 훼손하면 안 되는데? 라는 논점일탈적인 의문을 제외한다면 - 이 조항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사람의 명예입니다. 모든 법률은 목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법률을 만들어서 기대할 수 있는 어떠한 효과 내지 이익이 있겠지요. 그러므로 명예훼손죄에서 이러한 '보호법익'의 대상은 바로 사람의 명예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 말장난하지 마!' 라고 하기 이전에...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 명예의 훼손방지라는 것을 밝혀놓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는 결정적인 키워드이니까요. 왜 그런지는 저 '사실의 적시'라는 부분에서 법적용 관점의 차이가 나게 되는데, 계속 알아봅시다.
2-3.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명예는 훼손될 수 있다
2-3-1.
일단 저 법조문에 씌인 대로라면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남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하는군요. 사실의 적시란 뭐냐... 사실은 허위가 아닌 본질적으로 진실한 내용의 사실을 얘기하는 거고.... 적시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따내어 보이게 한다... 라는 뜻인데, 실은 이게 일본말입니다. 법률용어로 그대로 굳어진 거죠. 여튼 요컨대 괜히 사실을 까발겨서 남의 명예에 흠집낸 놈은 처벌받는다라는 얘깁니다. 명예훼손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 사실에 빨간색으로 밑줄 좍. 나머지 자잘한 법조문은 그 대상이 죽은 놈이냐 산 놈이냐, 아니면 방법이 말로 썰을 푼 거냐 글로 적은 거냐 등등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좀 다른 것에 불과합니다.
단지 꾸며낸 사실(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했을 경우에는 가중명예훼손죄라고 해서 처벌이 더 무겁지만, 보통 이 경우는 모욕죄와 행위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보호법익이 사람의 명예 하나이기 때문에 가중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양자의 본질적 차이는 행위수단이 사실의 적시냐 아니냐를 두고 따지므로 생략해도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중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일종의 교집합/합집합 관계입니다. 하는 방법이나 대상 등에 있어 개념이 조금 다름.) 또한 출판물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높으므로 말보다 처벌이 무겁고, 공연성(公然性)을 따질 필요도 없이 바로 죄가 성립합니다.
2-3-2.
* 공연성은 여기서는 '해당 사실을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의 법률용어죠. 명예훼손의 공연성은 그 사실이 전파되느냐 아니냐의 여부를 따지는 것으므로, 의외로 중요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보호법익은 사람의 명예입니다. 그 개인의 명예가 사회적으로 훼손되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 다수에게 퍼졌을 때, 명예훼손은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그 전파가능성이 말보다 훨씬 큰 문자매체(신문, 책, 전단지, 인터넷 등...)의 내용은 공연성도 안 따지고 바로 명예훼손으로 걸리는 겁니다. (얼마 전에 이 블로그에 썼던 '명박산성'을 생각해봅시다. 24시간만에 엄청나게 퍼졌었죠.)
만약 한 사람에게 말한 경우는 어떤가? 이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전파성이론'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두 사람에게 말해도 그게 '비밀 꼭 지켜줘야 해' 수준의 것이 아니라 이게 이 사람 입에서 저 사람 입으로 계속 새끼를 쳐나가면 결국 이건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죠. 그러나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에 저촉되고 유추적용금지의 원칙에도 반할 우려가 있어서 학자 중에는 이 이론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2-4. 모욕죄는 사실이냐 아니냐 여부에 상관없는 것
모욕죄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어도 처벌됩니다. 물론 여기서 처벌된다라는 건 모욕을 해서 명예에 흠집을 냈을 때의 얘깁니다만.... 모욕의 개념은 사실 명예훼손과는 약간 교집합 관계입니다(위에서 얘기했죠). 왜냐면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깎아내리는 가치판단이나 의사표시'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인격모독의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언어나 문서상의 문제인 명예훼손죄와 달리, 모욕죄는 폭언 같은 것뿐만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도 포함입니다. 즉 욕, 얼굴에 침뱉기, 싸다구질, 머리가 돌았다는 표시(헤드빙빙) 등은 모두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됩니다. 그러니까 명예훼손은 사실적시, 모욕은 가치판단. 뭐 이렇게 정리되는 거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부시나 라이스는 욕해도 모욕죄는 성립이 안 됩니다. 외국원수 또는 외교사절의 경우는 형법에 특별규정이 있기 때문이지요(제107조 2항, 108조 2항). 말인즉슨, "국내에 체재하는 외국원수나 외교사절을 폭행하는 경우 아예 5년 이하 징역"을 때려버리기 때문에 이쪽의 죄는 미처 성립하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죄는 죕니다. 쿨럭.)
2-5.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적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그렇다면 맨날 신문이나 방송에서 특종 빵빵 터뜨리는 사람들은 뭐니? 왜 명예훼손이 안 돼?'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언론기관에 대고 명예훼손 고소하는 사람들은 참 많지만 그에 비해 - 처벌은 잘 안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 명예훼손감이었으면 카메라 출동 찍은 기자들은 죄다 옥살이했어야 했겠죠. 그들이 사실을 보도함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에서 인용한 법조문 중 제310조를 다시 보면 나와 있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의 적시를 공익옹호에 의한 적절한 수단으로 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는 들지만 위법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거죠. 이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적절한 수단' 이라는 구절입니다. 요컨대 중상모략, 선동, 악의적 비난은 저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공익 목적으로 남의 불미스러운 사실을 까발긴다 할지라도, 결코 경솔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예전에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삼성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삼각취재 없이 그냥 보도한' X모님의 블로그. 그 취재방법 및 주장을 보았을 때 명백한 명예훼손감이어서, 만약 삼성이 고소를 했다면 X님은 꽤 애먹었지 싶습니다. 물론 개인의 인식능력 한계를 넘어선 곳에 진실인 사실이 존재할 때도 있기에 '수단의 적절성'은 가끔 긍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들은 바로 그 수단의 적절성을 얻고 명예훼손의 꼬투리를 주지 않기 위해 '삼각취재'를 하죠. 언론보도의 기본입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최근 이글루스를 포함한 블로그스피어를 보고 있자면 인터넷에 지금 명예훼손으로 소송걸릴 사람들 엄청나게 많다고 봅니다.... 다음 아고라는 말할 것도 없고. 물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지금까지 말한 공익 목적으로서의 위법성조각 등을 경우에 따라 따져봐야 하겠지만... 자기 몸 다치기 전에 다들 쿨탐을 좀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고소를 걸어야 가능하니까(친고죄), 뭐 설마 MB가 수십만명을 상대로 고소를 일일이 어떻게 때리겠냐 -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이죠.)
3. 맺는말
... 헥헥헥 이거 적는데 무슨 세 시간이 넘게 걸리냐. 죽겠네. (.........) 전공자 여러분들, 대충 이 정도면 (몇 개 빼놓은 게 있지만) 정리가 된 거 맞죠?(.....)
한 가지 일러두기. 이 포스팅은 주마간산으로 대충 읽는 것은 정보를 오독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 혹시 형법총론 보신 전공자분들은 '교과서 요약이냐... 학부 애들 기말고사 배점 20점짜리 문항도 안되겠네' 싶겠지만.... 모쪼록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초장부터 '사실의 적시' 어쩌고 써놓으면 대부분은 '적시는 접시의 오타냐?' 등등의 반응을 보일 게 뻔합(....) 과학동아에 연재된 '해랑 선생의 일기'는 해부학 배운 의대생 아닌 놈이 보면 지독하게 재미없고, 프로그래머가 소스가 어쩌고 알고리즘이 어쩌고 하면 문과생들 대부분은 눈만 끔뻑끔뻑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겠죠. 그러니 예컨대 법률용어로 '효력'이나 '효과'라고 해야 할 것을 '결과'라고 써놓는 등 몇 가지 사소한 방편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생각의 실마리 : 명예훼손은 범죄다.]
1. 우선 범죄라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성립이 되는가를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1-1. 죄라는 것은 형법전에 써 있는 것이 죄이다.
대한민국에서 범죄라고 정의되는 것은 "형법이나 기타 법령에서 이건 죄가 되오" 라고 정해놓은 게 범죄입니다. 죄형법정주의라고 하죠. 뭐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 대충 축구 잘 차는 나라들(...)이거나 UN에 가입해있는 등, '현대적인 법체계를 가진' 나라에는 전부 다 이 원칙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북한조차도 형법전은 있습니다. 단지 북한은 형법을 규율하는 헌법보다도, 노동당규약이 앞서는 골때리는 국가라 국제사회가 왕따시키고 있죠. 이게 무슨 얘기냐면, 노동당 총서기인 김정일이 너 나쁜놈이야 하면 바로 죄인이 되어 작살난다는 얘기. 물론 애초에 북한 헌법 자체가 초 코미디입니다만.
어쨌든 형법 혹은 다른 법에서 '이건 하지 마' 라고 정해놓지 않은 이상은 원칙적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그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일단 논외).... 마는, 법조계에서 사안 판단을 할 때는 '사회 통념'이라는 것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죠. 문자 그대로 상식적 가치기준입니다. 사안에 대한 판단 근거가 법률에 없거나 애매한 경우엔 이런 사회통념이나 조리, 관습 등을 참고합니다. 관습 중에는 '관습법'으로 굳어진 것도 있습니다. (얘가 저번에 행정수도 위헌 건 당시에 블로그스피어에서 무슨 궤변인 양 엄청 씹히던데 그 자체는 궤변이 아님.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겠죠.) 이렇게 관습을 최대한 존중하는 이유는, 법률의 목적에 있어 정의의 실현 외에도 사회의 안정 또한 같이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불안정하면 밥벌이가 안 되고, 나쁜 놈들이 '더' 날뛰죠.
이러한 이유에 의해서, 죄를 다스리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근대, 현대의 법체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숨쉬는 인간은 죄다 인권이 있다고 보지요. 그 '자연인(自然人)'은 인권에 의해 자유롭습니다. 자연인의 자유로운 행위는 어떤 특정한 경우에만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일 뿐입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자를 재판을 거쳐 형벌에 처하는 것은 그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그 제한의 근거는 바로 정의에 입각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인 '법령'이며, 이 법령의 적용에 관한 것을 세세하게 따지고 판별하는 것이 재판입니다. 그래서 외국 영화에 보면 "복수하지 마!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 라는 표현을 많이 봅니다.
1-2. 범죄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어떤 범죄가 성립하고 그에 따라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선 어떤 범죄행위가 과연 그 당사자의 책임에 의한 것인가를 따져봐야겠죠. 남이 한 일로 엉뚱한 놈이 벌을 받는 걸 우리는 흔히 '누명을 뒤집어썼다' 라고 얘기하죠? 그러니 얘는 그 범죄사실 '행위'에 대해서 '책임'이 있냐 없냐, 있다면 얼마 정도나 있냐, 몇 퍼센트냐. 이런 걸 지리멸렬하게 따지는 게 법정에서 하는 일이죠. 책임 정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데... (예컨대 사형과 무기징역은 한 끗 차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죠?)
그렇다면 일단 그 저지른 짓이 그 사람의 책임이라고 치고, 그 행위는 범죄인가? 를 논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죄형법정주의가 중요해집니다. 형법전이나 기타 법령에는 뭐 어떤 것이 죄가 되는지 세세하게 다 써놓았습니다. 거기에 써 놓은 조건(이것을 '구성요건'이라고 합니다)에 다 들어맞는지 따져보는 거죠. 그리고 그 행위가 과연 '위법'한 것인지를 따져봅니다. 즉 어떠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1.구성요건 해당성
2.위법성
3.책임
이 세 가지가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무죄라는 거죠.
그러면 간단하게 사례를 들어 범죄가 어떻게 인정되고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법적으로 그 과정이 어떻게 동작하는가에 대해 간단하게 한 번 살펴봅시다.
사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총으로 조준해서 쏴 죽였다.
관련 법조문)
형법 제250조 이하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존속살해, 영아살해, 촉탁살인 등 세세한 경우의 차이는 여기서는 생략.)
1)구성요건 해당성: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었고, 확실히 쏴 죽였습니다. 이 경우 '살해'가 확실히 맞군요.
2)위법성 :
살해한 경우 형벌에 처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위법성 인정. 단, 전쟁터의 군인이 교전상대인 적(민간인 말고)을 쏴 죽였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겠죠? 위법성이 100%가 아니라 합당한 사유에 의해 덜어지는 걸 '조각'이라고 합니다. 형량의 구형과 선고에 영향을 주겠네요.
3)책임 :
법정에서 벌어지는 가장 많은 공방이 바로 책임소재입니다. 예컨대 강간사건 같은 경우에는 먼저 꼬셨네, 원래 꽃뱀이네, 가만 있는데 덮쳤네, 피고의 정신이 이상하네 등등 참 골때리죠(....) - 이 사례의 경우에는 뭐 확실히 쏴 죽였으니 책임이 인정되겠네요.
4)판결 :
일단 사형 판결이 났다고 칩시다. 요즘은 단순살인의 경우 대부분 징역이고 사형판결을 받는 경우는 2인 이상을 살해했을 때라든가 반사회적 인륜범죄, 파렴치범(사체유기 증거인멸 등), 묻지마 살인 등 좀 하드코어한 경우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죽이면 얼른 자수해서 광명까지는 못 찾아도 목숨만은 건집시다.(.....)
5)집행 :
관련 법령에 따르면 최종 선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무부장관의 명령에 따라, 명령 후 5일 이내에 교도소 내에서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형법 제66조 등). 이 법률에 따라 교도소 아닌 곳에서의 공개처형은 할 수 없겠지요. 교도소 내라고는 해도 수감자들 앞에서 처형하는 짓거리는 좀 힘든 게, 헌법의 기본권은 박탈당한 게 아니니 존엄하게 죽을 권리 정도는 사형수에게도 있겠지요(천부 인권 개념이 중요한 이유).
*지난 10년간 사형이 중지된 이유는,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없어서입니다. 원칙적으로는 6개월 이내에 명령을 하게 되어 있지만 이 명령을 내리기 위하여는 해당 처형 안건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올라가야 합니다. 즉 국무회의에 안건상정이 안 되면 집행이 사실상 안 되는 거죠.
또한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건이라도 법무부장관이 명령하지 않고 미룬 사례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박정희, 그것도 제4공화국 시절에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 당시 어떤 법무부장관은 사형 반대론자였기 때문에 고 육영수 여사의 저격범인 문세광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사형집행 명령도 내리지 않았죠. 물론 장관이 나중에 바뀐 뒤에는 적체된 사형수가 서대문에서만 하루에 대여섯명씩 한꺼번에 처형당했다지만요. (교수형은 집행하는 데 모든 절차가 한 사람당 거의 2시간 가까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7월 복중이라 시체 썩는 냄새에 교도관들이 아주 죽을 맛이었다고 하더군요.)
_____________________
잡설이 좀 길어졌는데, 여튼 범죄라는 건 저런 식으로 인정되고 처벌받습니다.
여기까지 요약 :
범죄는 법령에 딱 정해져 있으며,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을 셋 다 충족해야 합니다.
2. 그렇다면 명예훼손은 죄인가?
2-1. 형법에 규정해놓고 있으니까 죄는 죄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명예훼손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 위의 사례에서처럼, 일단 법조문에 뭐라고 써놨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_ 제307조 (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08조 (사자의 명예훼손)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_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_ 제312조 (고소와 피해자의 의사)
①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개정 1995.12.29>
②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개정 1995.12.29>
어때요, 참 쉽죠? (.........)
2-2. 명예훼손죄가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명예다.
각설하고, 사람의 명예를 왜 훼손하면 안 되는데? 라는 논점일탈적인 의문을 제외한다면 - 이 조항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사람의 명예입니다. 모든 법률은 목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 법률을 만들어서 기대할 수 있는 어떠한 효과 내지 이익이 있겠지요. 그러므로 명예훼손죄에서 이러한 '보호법익'의 대상은 바로 사람의 명예입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 말장난하지 마!' 라고 하기 이전에...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 명예의 훼손방지라는 것을 밝혀놓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는 결정적인 키워드이니까요. 왜 그런지는 저 '사실의 적시'라는 부분에서 법적용 관점의 차이가 나게 되는데, 계속 알아봅시다.
2-3.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명예는 훼손될 수 있다
2-3-1.
일단 저 법조문에 씌인 대로라면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남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하는군요. 사실의 적시란 뭐냐... 사실은 허위가 아닌 본질적으로 진실한 내용의 사실을 얘기하는 거고.... 적시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면 따내어 보이게 한다... 라는 뜻인데, 실은 이게 일본말입니다. 법률용어로 그대로 굳어진 거죠. 여튼 요컨대 괜히 사실을 까발겨서 남의 명예에 흠집낸 놈은 처벌받는다라는 얘깁니다. 명예훼손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 사실에 빨간색으로 밑줄 좍. 나머지 자잘한 법조문은 그 대상이 죽은 놈이냐 산 놈이냐, 아니면 방법이 말로 썰을 푼 거냐 글로 적은 거냐 등등에 따라 처벌의 강도가 좀 다른 것에 불과합니다.
단지 꾸며낸 사실(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했을 경우에는 가중명예훼손죄라고 해서 처벌이 더 무겁지만, 보통 이 경우는 모욕죄와 행위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보호법익이 사람의 명예 하나이기 때문에 가중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양자의 본질적 차이는 행위수단이 사실의 적시냐 아니냐를 두고 따지므로 생략해도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중명예훼손과 모욕죄는 일종의 교집합/합집합 관계입니다. 하는 방법이나 대상 등에 있어 개념이 조금 다름.) 또한 출판물의 경우에는 전파가능성이 높으므로 말보다 처벌이 무겁고, 공연성(公然性)을 따질 필요도 없이 바로 죄가 성립합니다.
2-3-2.
* 공연성은 여기서는 '해당 사실을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의 법률용어죠. 명예훼손의 공연성은 그 사실이 전파되느냐 아니냐의 여부를 따지는 것으므로, 의외로 중요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보호법익은 사람의 명예입니다. 그 개인의 명예가 사회적으로 훼손되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 다수에게 퍼졌을 때, 명예훼손은 성립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그 전파가능성이 말보다 훨씬 큰 문자매체(신문, 책, 전단지, 인터넷 등...)의 내용은 공연성도 안 따지고 바로 명예훼손으로 걸리는 겁니다. (얼마 전에 이 블로그에 썼던 '명박산성'을 생각해봅시다. 24시간만에 엄청나게 퍼졌었죠.)
만약 한 사람에게 말한 경우는 어떤가? 이에 대하여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전파성이론'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두 사람에게 말해도 그게 '비밀 꼭 지켜줘야 해' 수준의 것이 아니라 이게 이 사람 입에서 저 사람 입으로 계속 새끼를 쳐나가면 결국 이건 공연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죠. 그러나 헌법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에 저촉되고 유추적용금지의 원칙에도 반할 우려가 있어서 학자 중에는 이 이론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2-4. 모욕죄는 사실이냐 아니냐 여부에 상관없는 것
모욕죄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어도 처벌됩니다. 물론 여기서 처벌된다라는 건 모욕을 해서 명예에 흠집을 냈을 때의 얘깁니다만.... 모욕의 개념은 사실 명예훼손과는 약간 교집합 관계입니다(위에서 얘기했죠). 왜냐면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깎아내리는 가치판단이나 의사표시'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인격모독의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언어나 문서상의 문제인 명예훼손죄와 달리, 모욕죄는 폭언 같은 것뿐만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도 포함입니다. 즉 욕, 얼굴에 침뱉기, 싸다구질, 머리가 돌았다는 표시(헤드빙빙) 등은 모두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됩니다. 그러니까 명예훼손은 사실적시, 모욕은 가치판단. 뭐 이렇게 정리되는 거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부시나 라이스는 욕해도 모욕죄는 성립이 안 됩니다. 외국원수 또는 외교사절의 경우는 형법에 특별규정이 있기 때문이지요(제107조 2항, 108조 2항). 말인즉슨, "국내에 체재하는 외국원수나 외교사절을 폭행하는 경우 아예 5년 이하 징역"을 때려버리기 때문에 이쪽의 죄는 미처 성립하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죄는 죕니다. 쿨럭.)
2-5.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적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그렇다면 맨날 신문이나 방송에서 특종 빵빵 터뜨리는 사람들은 뭐니? 왜 명예훼손이 안 돼?' 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언론기관에 대고 명예훼손 고소하는 사람들은 참 많지만 그에 비해 - 처벌은 잘 안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 명예훼손감이었으면 카메라 출동 찍은 기자들은 죄다 옥살이했어야 했겠죠. 그들이 사실을 보도함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에서 인용한 법조문 중 제310조를 다시 보면 나와 있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의 적시를 공익옹호에 의한 적절한 수단으로 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는 들지만 위법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거죠. 이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적절한 수단' 이라는 구절입니다. 요컨대 중상모략, 선동, 악의적 비난은 저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공익 목적으로 남의 불미스러운 사실을 까발긴다 할지라도, 결코 경솔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예전에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삼성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삼각취재 없이 그냥 보도한' X모님의 블로그. 그 취재방법 및 주장을 보았을 때 명백한 명예훼손감이어서, 만약 삼성이 고소를 했다면 X님은 꽤 애먹었지 싶습니다. 물론 개인의 인식능력 한계를 넘어선 곳에 진실인 사실이 존재할 때도 있기에 '수단의 적절성'은 가끔 긍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들은 바로 그 수단의 적절성을 얻고 명예훼손의 꼬투리를 주지 않기 위해 '삼각취재'를 하죠. 언론보도의 기본입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최근 이글루스를 포함한 블로그스피어를 보고 있자면 인터넷에 지금 명예훼손으로 소송걸릴 사람들 엄청나게 많다고 봅니다.... 다음 아고라는 말할 것도 없고. 물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지금까지 말한 공익 목적으로서의 위법성조각 등을 경우에 따라 따져봐야 하겠지만... 자기 몸 다치기 전에 다들 쿨탐을 좀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명예훼손의 대상이 된 당사자가 고소를 걸어야 가능하니까(친고죄), 뭐 설마 MB가 수십만명을 상대로 고소를 일일이 어떻게 때리겠냐 -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외의 것들이죠.)
3. 맺는말
... 헥헥헥 이거 적는데 무슨 세 시간이 넘게 걸리냐. 죽겠네. (.........) 전공자 여러분들, 대충 이 정도면 (몇 개 빼놓은 게 있지만) 정리가 된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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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25 14:49 | 잡동사니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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